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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브루탈리스트(The Brutalist)" 시대적 배경, 등장인물, 관전포인트

by sunny life 2025. 4. 15.

**<더 브루탈리스트(The Brutalist)>**는 단순한 이민자 드라마를 넘어, 전후 세계사의 트라우마와 건축이라는 예술이 만나는 접점을 탐구하는 작품입니다. 홀로코스트 생존자인 헝가리 건축가 라즐로 토스의 삶을 따라가며, 이민자 정체성과 트라우마, 예술의 윤리성까지 깊이 파고듭니다. 아드리언 브로디는 이 작품에서 분노와 상실, 예술가로서의 고뇌를 강렬하게 연기하며 생애 두 번째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습니다.

영화 &quot;더 브루탈리스트&quot; 포스터
영화 "더 브루탈리스트" 포스터

 


시대적 배경 : 2차 세계대전 후 미국과 건축 철학

영화는 1947년, 제2차 세계대전 직후를 배경으로 시작됩니다. 부헨발트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라즐로는 미국으로 이민해 새로운 삶을 시작하지만, 미국 사회의 표면적 낙관주의와 그 이면의 인종차별, 계급 갈등 속에서 자신을 점점 잃어갑니다.

 

그의 건축 철학인 **브루탈리즘(Brutalism)**은 당시 유행과는 다른 무겁고 거친 콘크리트 양식을 강조하는데, 이는 단순한 양식이 아닌 그의 고통과 과거의 흔적이 반영된 공간 언어로 기능합니다. 특히, 그가 설계한 문화센터는 수용소의 구조와 심리적 맥락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디테일을 지녀, 미국 사회의 무의식 속 폭력성과 마주하게 합니다.

 

이처럼 영화는 '공간을 통한 기억의 구현'이라는 독특한 시도를 통해, 개인의 트라우마가 어떻게 사회적 공간으로 재현될 수 있는지를 예술적으로 묘사합니다.


등장 인물 분석 : 라즐로와 주변 인물의 대립과 상징

주인공 **라즐로 토스(아드리언 브로디)**는 전쟁의 생존자이자 예술가입니다. 과거를 지우기보다는 기억하려는 그의 태도는, 미국 사회의 망각과 충돌합니다. 외면당하는 건축 철학, 약물 중독, 예술가로서의 무력함은 그의 내면을 무너뜨리며, 관객은 점차 그와 함께 어두운 기억 속으로 침잠하게 됩니다. 그를 둘러싼 인물들도 단순한 조연이 아닌 상징적 역할을 합니다.

  • 해리슨 리 반 뷰렌(가이 피어스): 권력과 자본의 상징. 겉으로는 후원자지만, 속으로는 라즐로의 철학을 소모품처럼 소비합니다.
  • 에르제베트(사오이르스 로난): 휠체어에 의존하는 그의 아내는 과거의 연민과 현재의 무력감을 상징합니다.
  • 고든(흑인 노동자): 라즐로와 같은 사회적 타자. 인종적·계급적 연대의 가능성을 상징하지만, 동시에 마약을 공유하며 자멸의 길을 함께 걷습니다.

이처럼 영화 속 인물들은 각각 미국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은유하며, 라즐로의 내부 균열과 외부 충돌을 입체적으로 드러냅니다.


관전 포인트 : 건축, 영상, 결말

**<더 브루탈리스트>**는 형식미에 있어서도 독보적입니다. 감독은 1950년대 촬영 기법인 **비스타비전(VistaVision)**을 현대 기술로 재현하여, 초고화질의 고정 프레임과 정적인 구성으로 정지된 시간의 무게를 표현합니다.

 

라즐로의 건축물은 단지 배경이 아니라, 그의 내면을 시각화한 존재입니다. 특히 영화 후반에 등장하는 문화센터는 부헨발트 수용소의 구조를 연상시키며, "기억을 위한 건축"이라는 개념을 극단적으로 밀어붙입니다. 이 건물의 설계가 1980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공개되며, 예술과 윤리의 경계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킵니다.

 

마지막 대사, **“목적지가 여정보다 중요하다(The destination matters more than the journey)”**는 라즐로가 고통을 예술로 환원하면서도 결국 폭력적 역사의 일부로 남게 되었음을 암시하며, 해리슨의 실종 역시 복수 또는 자살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열린 결말로 논란을 일으킵니다.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에드리언 브로디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에드리언 브로디

 


결론: 공간으로 말하는 트라우마와 예술

**<더 브루탈리스트>**는 전쟁의 상흔을 건축이라는 독창적인 장치로 재현하며, 감정과 기억, 윤리의 문제를 치밀하게 조명한 작품입니다. 아드리언 브로디의 연기는 인간 존재의 무게를 설계도 위에 옮긴 듯한 강렬함을 선사하며, 두 번째 오스카 수상에 걸맞은 깊이를 보여줍니다. 이 영화는 예술과 역사, 트라우마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어떤 윤리를 가질 수 있는가를 묻는 철학적인 성찰이자, 시대를 꿰뚫는 강렬한 비주얼 저널입니다.